<호형호제>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다는 말이 있다. 고용과 노동법을 하다보면 사실상 모든 고용주들에게 듣는 말이다. 열이면 열 종업원에게 고발이나 소송을 당한 고용주들이 하는 첫마디는 그렇게 잘해줬는데, 가족처럼 대해줬는데 심지어는 호형호제하던 동생, 형님에서부터 아버지처럼 대해줬다는 얘기까지 듣는다.
자동차관련일을 하는 한 업주는 평소 친하게 동생처럼 대해줬던 한인 종업원에게 오버타임과 부당해고소송을 당했다. 역시 다른 지역에서 자동차관련일을 하는 업주는 큰 형님처럼 대해줬던 한인 종업원에게 오버타임소송을 당했다. 이들 업주들은 인간적 배신감으로 잠을 못이룬다. 바베큐식당을 하는 업주는 다른 종업원들보다 특별히 더 잘해준 한인 종업원에게 역시 오버타임소송을 당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노동청 재판에 동행한 고용주는 평소 아버지처럼 대해줬다는 히스패닉 동업자에게서 고발을 당했다. 자신이 동업자가 아니라 실제론 종업원이었다며 임금고발을 해온 것이다. 일식당을 하는 한 업주는 자신의 독실한 신앙심때문에 불법체류자면서 분위기까지 험악한 한 종업원을 그대로 써왔다. 나중에 전도사업도 같이 하려는 부푼꿈을 꾸고 있다 어느날 이 종업원으로부터 종업원상해보험과 오버타임고발 위협을 당하고 있다. 다른 지역서 일식당을 하는 업주는 어렸을때부터 데리고 있으면서 조카처럼 대해줬던 히스패닉종업원의 오버타임고발 위협에 두손들고 거액의 협상금을 내줬다. 이들 고용주들의 반응을 보면 한결같이 잘대해주던 종업원들이 어느날 비수를 꽂았다는 것이다. 고용주들만의 얘기를 들으면 자연스레 고용주들의 입장을 옹호하게된다. 물론 종업원들의 예기를 들으면 다른 소리가 나올 것은 뻔한일이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고용주에 대한 배신감과 불만이 있기때문에 마지막 악수를 뒀다고 여겨진다.
지난달 사업을 시작하려는 선배가 노동법자문을 해왔다. 그 선배는 자문을 받는중 “그 아이는 내 오른팔이니까 괜찮아” 하며 대꾸를 했다. 그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우며 고용관계에서 오른팔이란 없다고 잘라 말해줬다. 그러면서 거창하게 역사교육도 시켜줬다. 시저가 양아들 부르터스의 칼을 맞았고 나폴레옹도 포병사관학교 동기이자 가장 오랜친구인 마르몽에게 배신을 당했고 박정희대통령도 친구 김재규에게 총탄을 맞았고 예수님도 제자 유다에게 배신을 당하지 않았느냐고. 그렇다고 옆에 수족처럼 부리고 믿는 종업원들을 의심하라는 것은 아니다. 사실 시저, 나폴레옹, 박정희대통령, 그리고 예수님도 위에 열거한 배신자들보단 목숨걸고 무조건적으로 충성한 부하들이 훨씬 더 많다. 종업원들도 사실 1백이면 99명은 고용주를 상대로 고발이나 소송을 하는 것을 주저한다.
하지만 문제는 고용주들에겐 그들을 고발하고 소송을 할 수 있는 배포(?)를 지닌 종업원이 꼭 한명은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최저임금과 오버타임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상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업주들은 당연히 고발과 소송을 당해 정신을 차려야된다고 믿지만 고용주와 인간관계가 틀어졌을때 고용주를 향한 일종의 복수의 목적으로 법을 악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