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만을 대변하는 노동법 변호사로서 일을 하다보면 가장 답답한 것이 한인 고용주들의 “막가파식” 종업원 관리이다. 근무일지와 임금지불 증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왔는데도 근무일지와 임금지불 증거를 갖추가 있지 않은 고용주가 태반인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들 고용주들의 마인드는 “설마”라며 확률 게임을 벌인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종업원이 임금소송을 하고 들어올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근무일지니 임금지불 증거니 하는 것은 남의 예기일 수 밖에 없다. 많은 고용주들의 변명은 종업원들이 근무일지 적는 것을 싫어하고 세금을 띄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현금 또는 현금과 섞어 준다고 한다.
너무나도 지당하고 현실적인 예기다. 귀찮은 근무일지 기록과 세금을 띠면서 받는 임금을 좋아할 종업원이 어디 있는가. 고용주입장에서도 근무일지 챙기지 않고 세금보고 안하는게 비용상, 시간상 훨씬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준비가 갖춰있지 않고 오버타임, 점심식사시간 관련으로 소송이 들어오면 속수무책이 될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울며겨자먹기로 적게는 수천달러 많게는 몇십만달러까지 종업원들에게 주게된다.
특히 작은 규모의 업소일수록 이런 문제에 노출돼있다. 종업원 한두명 쓰는 리커스토어, 마킷, 세탁소, 다운타운의 작은 상점들… 열이면 아홉이 근무일지와 임금지불 증거가 없다. 설마 종업원 한두명 데리고 있는데 무슨 노동법관련 문제가 생기겠냐는 자위속에 영업을 하다 막상 소송이 들어오면 “앗 뜨거”라 하고 그때서야 허둥된다.
여기에 추가되는 문제가 종업원들에게 시간당 임금이 아닌 샐러리를 주면서 오버타임을 피해갈 것이라는 착각이다. 특히 예전엔 시간당 임금으로 만족했던 히스패닉 종업원들도 시간당이 아닌 주급을 선호한다. 고용주들도 일주에 얼마하고 주는게 편하기때문에 고용주와 종업원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진다. 거기다 현금으로 주면서 아무 기록도 갖고 있지 않다.
인종적 편견은 아니지만 히스패닉 종업원들이 점차 노동법에 대해 고용주보다 더 전문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야한다. 워낙 주변에 상해보험이다, 최저임금이다 소송을 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예전엔 조용히 일만하던 히스패닉 종업원들이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자신의 잃어버렸던 노동법상 권리를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용주는 적지 않는 근무일지를 집에 가서 잘 기록해 놓는가하면 주급으로 주는 것이 오버타임이 포함돼지 않는다는 노동법을 알고 사직이나 해고와 동시에 오버타임 청구소송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야, 아미고야” 하며 무시하며 웃습게 대하는 히스패닉 종업원이 실제론 고용주보다 노동법을 잘 활용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아무런 방비가 안된 고용주들을 위해 변호사가 할 수 있는 것은 3만달러 요구하는 것을 1만달러로 내려주는 일이지 3만달러를 0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종업원의 주장이 완전히 엉터리라도 근무일지와 임금지급증거가 없으면 탱크를 몰고 오는 적에 맞서 소총으로 맞서는 격이라고나 할까. 변호사비를 몇천, 몇만달러씩 쓰고 고용해도 결국 종업원에게 줄 것 다줘버리고 변호사비까지 썼다고 땅을 치는 일이 노동법상엔 비일비재하다. 한인 고용주들은 히스패닉 종업원들의 반만큼이라도 노동법에 관심을 가져야 비즈니스 코스트를 장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