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를 위한 변호사>
많은 지인들이 내가 변호사인줄은 알아도 어떤 법을 전문으로 하냐고 물어본다. 22년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이민자, 소수계와 저소득층을 도와주는 민권변호사라고 답했을 것이다. 아직 한인커뮤니티에선 이민법이나 상법, 교통사고와 비교하면 노동법과 고용법 전문변호사를 찾기 힘든 시절이었다.처음 변호사가 됐을때만 해도 노동법과 고용법에 대해서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정폭력으로 희생당한 여성들의 이민문제와 가정법문제, 형사법문제등을 도와주고 저소득층과 노인들의 각종 법률문제를 상담해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민권변호사로 3년을 보냈다. 내가 일하던 직장에는 종업원쪽에서 노동법을 다루는 부서가 있었으나 직접 그 부서 동료들과 일을 해보진 않았다. 간간이 저소득층 종업원들이 차별을 당했다느니 부당해고를 당했다느니 하는 정도의 불만을 접수하고 어떻게 하라는 정도의 상담수준이 전부였고 그나마 중국인 버스운전사가 오버타임을 받지 못해 업주를 상대로 주노동청에 고발을 한 케이스를 도와주다 전에 직장을 떠났다. 당시 주노동청에 근무하던 여동생이 일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노동법을 간접 경험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변호사란직업은 평생을 공부해야하는 직업인데 내가 따로 돈써가면서 세미나도 다니고 책자도 보고 하면서 투자하는 분야가 노동, 고용관련 분야이기때문이다.
새해 벽두부터 무려 4백달러짜리 노동,고용법 세미나를 들으며 내 스스로를 업데잇신다. 강의내용은 대부분 아는거지만 그래도 몇가지 새로운 정보들을 건져왔다. 자연이 이 분야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분야는 투자할 여력이 없어지고 점차 흥미를 잃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예전같으면 “어서옵쇼”하며 반색했을 다른 분야의 케이스들이 요즘은 우선 시간이 없어서 “딴데 가보시지요”하며 정중히 거절할 지경이 됐다. 모든 케이스파일에 “오버타임소송” “노동청 패널티” “부당해고 소송” “무보험 상해보험방어” 등 노동과 고용관련 래이블이 즐비하게 불여져 있어 명실공히 진짜 노동법 변호사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도 걸려오는 전화 문의 대부분이 이젠 노동과 고용관련이다. “임신한 여종업원을 어떻게 처리해야되는지” “종업원이 자꾸 법이 어쩌며하면서 시비를 거는데” “휴식시간은 얼마마다 줘야하는건지” “인턴으로 하루 쓰는데 임금을 안줘도 되는지” “현금으로 임금을 주는데 괜찮은지” “상해보험이 없는데 종업원이 변호사를 고용해 보험청구를 해왔는데” “노동청단속으로 걸렸는데” 등등. 어떤 질문들은 내 자신이 책을 뒤적이고 리서치를 해야할 만큼 지적인 도전을 요하는 것들도 있다. 그래도 이 과정이 싫지 않으니 이 분야에 대한 애정이 있는 듯하다.
내 자신을 노동법변호사라고 소개하면 대부분 지인들은 당연히 종업원쪽 변호사라고 단정한다. “종업원쪽이 아니고 고용주만을 변론합니다”라고 답하면 그들은 약간 의아해 한다. “아니 민권변호사였잖아”에서부터 “돈을 쫒아 편을 바꿨나”라는 가시섞인 농담도 있고 “약자편이신줄 알았는데” 더 심한것은 “못된 사람들편이시군요” 까지. 왜 고용주가 못된 사람이 됐을까는 잘 모르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분명히 약자를 돕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스몰비즈니스 고용주들은 종업원만큼 아니면 종업원보다 더 약자라고 본다. 연방정부에 치이고 주정부에 치이고 노동자권익단체에 치이고 자신의 종업원들과 종업원쪽 변호사들한테치인다. 상해보험에 종업원세금에 엄청난 비즈니스 비용에 알지도 못하는 노동법조항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몇만달러씩, 몇십만달러씩 벌금이나 소송비용, 합의금으로 날아간다. 종업원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한 고용주가 “변호사님, 차라리 내가 브로커할테니 변호사님도 한번 종업원쪽에 서서 소송 해보세요, 아마 안걸리는 업주가 없을 겁니다” 하며 자조석인 농담을 던졌다. 한인커뮤니티의 심장은 바로 스몰비즈니스이다. 이 스몰비즈니스의 고용주를 위해 그들을 교육시키고 그들의 법률문제를 위해 일해주는 것이야말로 커뮤니티를 위하는 길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