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웨비나 열고 신규 회계방식 설명
따로 집계한 23′ 파운드리 매출 189억 달러
95% 내부물량... ‘2030년 외부 매출로 2위 될 것’
팻 갤싱어 인텔 CEO(왼쪽)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195억 달러(약 26조원)의 파격적인 반도체 보조금을 확보한 미국 인텔이 회계 방식을 바꾸며 매출 기준 ‘세계 2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가 됐다. 현재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아직 외부 고객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이 미미하지만, 내부 물량만으로 기존 2위였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을 일찍이 넘어섰다는 것이다.
◇'매출상 파운드리 2위’달성한 인텔
2일(현지 시각) 회계 방식 변경 온라인 설명회(웨비나)에서 인텔이 새로운 회계 방식으로 조정한 2023년도 실적을 공개했다./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일(현지 시각) 인텔은 오는 25일 공개되는 1분기 실적부터 정식 적용되는 새로운 회계 방식을 소개하는 웨비나를 열고, 이를 적용해 조정된 2022~2023년 연간 매출을 공개했다. 조정 후 인텔의 연간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2022년 275억 달러, 2023년 189억 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08억, 133억 달러의 매출을 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2년 연속 넘어섰다는 것이다.
인텔은 올해부터 사업부문을 반도체 설계·개발을 담당하는 ‘인텔 프로덕트(제품) 그룹’과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인텔 파운드리 그룹’으로 나누기로 했다. 이에 따라 회계도 제품과 파운드리 부문을 나누어서 집계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를 독립시키며 내부 매출을 포함해 단숨에 매출상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로 발돋움 했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내부 매출이 대부분임에도 ‘업계 2위’라는 인식이 고객사 유치에 큰 도움이 되는데, 회계 변경에는 이 같은 고려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수십년간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하고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핵심 사업이었던 인텔은 PC시대가 저물면서 사업 중심을 파운드리로 옮기고 있다. 이날 웨비나에 나선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3년 전 파운드리 사업으로 전격 복귀한 후 세계 파운드리 사업의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가고 있다”며 “사업부 분리 및 회계 방식 변경은 재무 투명성을 높여주고, 실제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훨씬 잘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날 인텔의 발표 직후 회사의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3.53% 급락했다. 2023년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70억 달러 규모의 영업 손실을 낸 것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파운드리 부문의 적자폭이 전년도의 52억 달러보다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며 주가가 요동쳤다”고 전했다.
◇'외부 매출 150억 달러 달성’목표
다만 인텔은 회계상의 변화만으로 ‘파운드리 2위 기업’이 됐다고 직접 단언하지는 않았다. 회계에 잡힌 매출이 대부분 내부 매출로, 대만 TSMC나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인텔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파운드리 부문 매출 189억 달러 중 95%에 해당하는 180억 달러가 내부로부터 왔고, 외부 고객으로 부터 발생한 매출은 9억 달러에 그쳤다. 외부 매출만 떼서 볼 경우 삼성전자에 견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갤싱어 CEO는 이날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가 되겠다”는 인텔의 목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면서 갤싱어 CEO는 이어 “2030년 까지 외부 고객으로부터 연간 15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인텔의 18A(옹스트롬) 제조 과정에 5개의 고객사가 제품 주문을 하기 시작했고, 현재 50종류의 반도체가 18A 테스트 단계에 있다”고도 밝혔다. 18A는 1.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에 해당하는 초미세 반도체 제조 공정으로, 스마트폰·인공지능(AI) 등에 쓰이는 최첨단 고부가 반도체 제품을 만드는데 쓰인다. TSMC와 삼성전자가 여전히 3·5나노대의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가운데, 미세공정 기술면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이 공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위험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갤싱어는 18A 공정에 수주한 고객사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달 열린 인텔의 첫 파운드리 행사에서 이 중 한 곳이 AI산업의 선두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인 점이 밝혀졌었다. 나머지 4곳도 쟁쟁한 빅테크 기업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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