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와 골수MAGA파, 함께 갈 수 있을까...반중, 반이민 놓고 대립
그래픽=김의균·Grok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호(號)의 ‘선장’이 바뀐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재입성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사흘 뒤면 막이 오를 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 정책) 2.0의 핵심은 외국산 제품에 높게 매기는 ‘관세’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관세”라고 말하며 모든 교역 대상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당선 이후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라는 자유무역협정으로 묶인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25% 관세를 매기겠다고도 했다.
트럼프의 ‘폭주’를 멈출 열쇠가 뜻밖에 그의 경제팀 내부에 있다고 해외 주요 매체들은 분석한다.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측근은 ‘주류 보수주의자’ ‘미국 우선주의자’ ‘테크계 거물’ 등 세 부류로 나뉜다”라며 “트럼프 1기(2017~2021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주요 직위를 차지한 주류 보수주의자들은 극단적 보호무역주의와 같은 흐름을 완화시킬 인사들”이라고 했다. 주류 보수주의자, 골수 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구호)파라고도 불리는 미국 우선주의자,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동부 워싱턴 DC로 처음 진출한 테크계 거물 등 세 그룹의 경제 철학은 일부는 겹치고 일부는 상반된다. 예를 들어 공화당의 정통 기조를 따라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주류 보수주의자는 MAGA파가 밀어붙이는 고율 관세를 우려한다. 테크계 인사들은 고숙련 이민자를 더 받아들이는 문제를 두고 MAGA파와 충돌하고 있다. 새 경제팀 내부의 이런 차이가 분열과 비방으로 치달을지, 아니면 건강한 긴장과 견제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경제팀을 구성하는 세 ‘바퀴’는 각각 무엇을 지향하고 이들 사이의 기싸움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WEEKLY BIZ가 분석했다.
◇트럼프노믹스 굴리는 세 개의 축
트럼프는 미 주류 관료나 정치인을 배제하는 인사를 했지만, 경제팀엔 정통 금융인·기업가 출신의 ‘주류 보수주의자’를 포진시켰다. 재무 장관으로 지명한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그룹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베센트는 전설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펀드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일하다, 자신의 헤지펀드를 차린 금융인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 지명자 역시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를 이끄는 금융권 거물이다. 내무 장관이자 국가에너지회의 의장으로 일할 기업가 출신 더그 버검 전 노스다코타 주지사, 에너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CEO는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이끈다.
그래픽=김현국
주류 보수주의자들의 철학은 극단적 자유시장경제를 꿈꿨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닿아 있다. 세금과 정부 지출을 모두 줄이고, 규제도 대거 걷어내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한다. 베센트가 트럼프에게 제안한 ‘3-3-3′ 정책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됐다. 재정 적자를 GDP의 3% 수준까지 줄이고, 미국에서 추가로 하루 30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면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3% 성장을 이어나가자는 뜻이다.
그래픽=김현국
또 다른 축인 MAGA파는 주로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곁을 지킨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무역대표부(USTR)를 이끌 제이미슨 그리어도 대표적인 MAGA 신봉자다. 이들은 ‘미국만 우선한다’는 철학 아래 관세 장벽을 높여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미국 일자리를 지킨다면서 이민자 유입도 최소화하려 한다. 경제와 안보 모든 영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부상을 막는 것 역시 이들의 우선 과제다.
트럼프의 ‘1호 친구(first buddy)’라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포함한 ‘테크계 거물’ 그룹은 규제 완화와 우수한 해외 인재 유입을 기반으로 미국이 인공지능(AI) 등 기술 패권국의 지위를 지키길 원한다.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낙점된 비벡 라마스와미 로이반트사이언시스 창립자와 백악관 AI 수석 정책고문으로 발탁된 스리람 크리슈난 전 앤드리슨호로위츠 파트너 등이 이 그룹 소속이다. 암호 화폐·AI ‘차르(최고책임자)’로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는 온라인 결제 회사 페이팔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이다.
◇물가 자극할 ‘관세’가 첫 전선
트럼프 경제팀의 세 주요 그룹은 사실 매우 다른 경제 철학을 가져 사안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나뉠 수밖에 없다. ‘트럼프노믹스’의 세 팀이 격돌할 첫 전선으론 관세 정책이 꼽힌다. 주류 보수주의자와 MAGA파의 생각이 정반대다. MAGA파는 미국 제조업의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관세 장벽을 높게 쌓아 수입품 유입을 막고자 한다. 미국 정부의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재무장관 베센트는 고(高)관세 정책이 수입품 가격만 올려 인플레이션 불길을 되살릴 악수(惡手)라고 본다. 미국 주류 경제학에서 통용되는, 상식적 논리다. CNN은 “베센트는 주변 사람들에게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 못 한다’고 말해왔다. 상무 장관을 맡을 러트닉은 관세 인상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관세를 일종의 협상 카드 정도로 여긴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실제로 트럼프가 내놓은 ‘60·25·20′ 관세가 물가를 크게 밀어 올리고 성장률을 깎아내릴 수 있다는 경고음은 여러 곳에서 울린다. 중국에 대한 60% 관세 외에도 핵심 무역 파트너인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와 보편 관세 20%를 실제로 적용하면 미국 경제 역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는 “대중국 관세 60%, 보편 관세 10%만 매긴다고 가정해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1%포인트 이상 오를 것”이라며 “반대로 미국 경제성장률은 관세의 영향으로 1%포인트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유세 중에 중국을 억눌러 미국의 세계 패권을 공고히 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MAGA파는 이런 반중(反中) 기조에 환호하지만, 테크계 그룹은 사정이 다르다. 사업가이기도 한 이들은 중국에서의 매출이나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포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머스크가 대표적으로, 지난해 1~9월 테슬라의 매출 중 20%가 넘는 148억9300만달러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 상하이엔 테슬라의 최대 전기차 공장인 기가팩토리도 있다. 로이터와 가디언 등 주요 매체들은 “러트닉의 캔터 피츠제럴드는 중국 기업의 미국 내 상장을 돕는 역할을 해왔다. 그의 또 다른 회사인 BGC는 중국 국영기업이 대주주인 중국 금융사와 조인트벤처(합작 회사)를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MAGA가 중국을 밀어낼 때마다, 테크계 인사들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MAGA파가 해외 인재 막을까 걱정하는 테크계
이주자 문제를 두고는 이미 치열한 전선(戰線)이 형성돼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테크계 인사들은 고숙련 이주자에게 발급하는 ‘전문직 취업 비자(H-1B)’가 미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반면 MAGA파는 이주자 유입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테크계는 미국에서 능력이 뛰어난 엔지니어 등을 찾기 힘들다면서 고도로 숙련된 이민자들에게 주는 비자의 쿼터(연간 발급 수량)를 풀어달라고 요구해 왔다. 테크계 그룹엔 머스크나 크리슈난처럼 자신이 이주자 출신인 인사들이 많이 섞여 있다.
반면 MAGA파는 미국에 와서 일하는 고급 IT 기술 인력조차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여긴다. 트럼프와 가까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최근 이탈리아 언론 인터뷰에서 “취임식 전까지 머스크를 쫓아내겠다”고 몰아세웠다. 정부 내 MAGA의 의중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악담으로, 지난달 머스크가 “미국의 기술 인재가 부족하다”며 H-1B 비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이에 반발해 나온 말이다.
그래픽=김현국
트럼프는 머스크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지난달 28일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나는 이 비자(H-1B)를 늘 좋아해왔고 이 비자가 필요하다고 믿는 쪽이었다”며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위대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민 문제를 두고 벌어진 트럼프 진영 내부의 ‘내전’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 정책에선 고개 숙인 머스크
트럼프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제동을 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주류 보수주의자들은 물가상승률을 둔화하기 위해 화석연료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에너지 업계에 우호적이기도 하다. MAGA파 역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하지는 못하더라도, 크게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테슬라를 통해 친환경 대표 아이템인 전기차를 생산하는 머스크는 스스로 ‘친환경론자’라 할 만큼 화석연료 생산에 대한 입장이 애초 달랐다. 머스크는 대학생 시절부터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다만 트럼프 경제팀 주축이 된 머스크는 에너지 정책에선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머스크는 지난달 이탈리아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이 개최한 행사에서 “단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가 과장됐다”며 “중기적으로 석유·가스 회사를 악마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출처 :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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