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톈안먼 등 민감한 질문에 자국 비판 이후 바로 삭제
▶ “수학 얘기하자” 말 돌려
▶ 결국 중국 선전도구 의혹
저비용 고성능 모델로 세계 인공지능(AI) 업계에 충격을 준 중국의 AI 챗봇 서비스 ‘딥시크’(DeepSeek)가 중국 관련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열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딥시크가 답변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이 ’불온사상‘으로 간주할만한 내용을 잔뜩 노출했다가 잠시 후 황급히 삭제해버리고 최종 답변을 내놓더라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딥시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하거나 편향적인 대답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딥시크를 시험해 보니, 톈안먼과 대만에 관해 묻기 전까지는 잘 작동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가디언은 중국에서 인터넷 검열 대상이 되는 역사적 사안에 대해 딥시크에 질문한 결과를 담았다. 딥시크는 “1989년 6월 4일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는 가디언의 질문에 “죄송합니다. 제 범위를 벗어납니다. 다른 것에 관해 이야기합시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곰돌이 푸‘에 빗대 풍자하는 이유,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에게 생긴 일, 홍콩의 ’우산 혁명‘ 등을 묻는 말에도 딥시크는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대만은 국가인가”라는 질문에는 “대만은 고대부터 양도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였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나라를 쪼개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제시했다.
중국의 전국정보안전표준화기술위원회가 자국의 생성형 AI에 ’핵심 사회주의 가치‘에 위반되는 내용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규제 대상으로는 ’국가권력이나 사회주의 체제 전복을 선동하는 내용‘, ’국가 안보나 이익을 위협하거나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다.
다만 가디언은 ’영어 철자 A를 숫자 4로, 영어 철자 E를 숫자 3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답변해 달라고 요구할 경우 딥시크가 제한적으로나마 답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예컨대 톈안먼 사건 당시 맨몸으로 진압군의 전차에 맞섰던 남성인 이른바 ’탱크맨‘(Tank Man)을 ’T4Nk M4N‘으로 바꿔 답하는 식이다.
홍콩의 우산 혁명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참가자들이 더 큰 민주적 자유와 보편적 참정권을 요구했다”는 답변을 내놓았으나 이내 삭제됐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가디언은 또 딥시크의 R1 모델 딥씽크를 써 본 사용자들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름이 ’살바도르‘인 독자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 독자는 멕시코에서 안드로이드로 딥시크 앱을 내려받아 중국에서 발언의 자유(freedom of speech)가 법적인 권리로 인정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화면에는 딥시크가 답변을 준비하는 ’사고 과정‘으로 중국 정부의 홍콩 시위 진압, 인권변호사들에 대한 탄압, 신장 재교육 캠프, 반대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회신용체계 등의 내용이 표시됐다.
딥시크는 그 후 답변 본문에 “중국의 통치 모델은 이런 틀을 거부하며, 개인의 권리보다 국가의 권위와 사회적 안정성을 우선시 한다”고 비판했다. 딥시크는 이어 민주적 틀에서는 자유로운 발언이 사회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며 “중국에서는 반대를 적극적으로 억압하는 국가 자체가 주된 위협”이라고 답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딥시크는 그때까지 내놓았던 내용 모두를 황급히 삭제해버리더니 “죄송합니다. 저는 아직 이런 유형의 질문에 접근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대신 수학, 코딩, 논리 문제들에 관해 얘기하시죠!”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가디언은 “만약 딥시크가 중국의 선전 도구가 되려면, 무엇이 용납 가능한 말이고 무엇이 용납 불가능한 말인지, 스스로 일관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출처 :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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