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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뛰는 K스타트업] [8]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가 2년여 전 서울 강남구 센드버드 한국지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에 든 3억명은 센드버드 서비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규모를 뜻한다. /고운호 기자

 

 

요즘 미국에 진출해 창업하는 이들을 꽤 찾을 수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드문 일이었다. 11년 전 실리콘밸리로 본사를 옮기고,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한 곳이 있다. 현 기업 가치는 약 1조5000억원(10억5000만달러). 기업의 고객용 채팅과 메신저 관련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센드버드’다.

 

김동신(45) 센드버드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처음 미국에 진출했을 땐 눈을 가리고 거대한 산을 타는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그의 진출기는 미국에 오려는 후배 창업가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로 통한다.

 

김 대표는 첫 창업부터 집요하게 해외시장을 공략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국내 게임사를 거쳐 2007년 게임 스타트업 ‘파프리카랩’을 세웠다. 여기서 개발한 게임은 주로 일본에 서비스했다. 회사 매각 후 재창업한 워킹맘 전문 육아 커뮤니티 스타트업이자 센드버드 전신인 ‘스마일 패밀리’ 역시 미국 시장을 노렸다. 영어로 된 사이트를 만들어, 미국의 워킹맘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김 대표는 “당시 스마일 패밀리 이용자 25만명 중 90%가 미국인이었다”며 “미국으로 본사를 옮겨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계기”라고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본사 이전은 전례가 없던 만큼 쉽지 않았다. 투자한 국내 벤처캐피털은 창업자 개인 보증을 세운 뒤에야 미국 진출을 승인했다. 김 대표는 “게임 스타트업 대표 시절 인연을 맺은 고(故) 김정주 회장(넥슨 창업주)이 도와준 덕분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넥슨이 ‘센드버드의 미국 법인에 투자한다’는 계약 조건을 거는 방식으로 다른 투자자를 설득한 것이다.

 

미국 진출 후에도 일이 잘 풀린 건 아니다. 진출 초기 현지 투자사 30군데를 만났지만,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다. 숨통을 틔워준 건 세계 최대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 기업)인 ‘Y콤비네이터(YC)’였다. 김 대표는 육아 커뮤니티 사이트 기능 중 채팅 기능을 따로 떼어내 별도 서비스로 만들었다. 이를 사용료를 받고 다른 기업에 제공하는 이른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으로 만들었다. YC가 이 사업의 장래성을 인정해 투자를 결정했다. 김 대표는 “우리 역시 처음 YC에 지원할 때 퇴짜를 맞았고 재수 끝에 선정됐다”라며 “실제 YC에는 재수생은 물론이고 5수·6수생도 많은데, 그들이 좋아하는 건 사업 아이템보단 절치부심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진출을 꿈꾸는 후배 창업가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 창업가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나도 한국에선 ‘나댄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기선 험블(겸손)하다고 한다”며 “미국은 한국과 달리 당신의 겸손을 좋게 봐주지 않고, 현지 창업가들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고 말했다.

 

아주 실무적인 말도 했다. 김 대표는 “출장을 자주 가기보다는 작은 아파트라도 계약해 현지에 거주지를 마련하라”고 했다. 누군가를 만나 미팅을 잡고 친구를 소개받을 때, 자신이 거주자라는 걸 어필하면 훨씬 신뢰감을 준다는 것이다. 현지 투자자나 고객사에 메일을 보낼 때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는 “자기 기업이나 사업 소개만 잔뜩 하고 첨부 파일만 덕지덕지 붙인 메일을 열어볼 실리콘밸리 사람은 없다”며 매일 수천 통의 메일을 상대하는 현지 관계자들을 유혹할 만한 내용을 최대한 간결하게 뽑아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조선일보